미국 식탁의 붕괴… 21세기에도 ‘포름알데히드 우유’가 돌아올까-한국도 위험

미국이 식품안전 예산을 줄이고 FDA 인력을 대거 해고하면서, 식중독 사고와 수입 식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0년 전 ‘Poison Squad’가 지킨 안전 기준이 정치 논리로 흔들리고,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식탁의 붕괴… 21세기에도 ‘포름알데히드 우유’가 돌아올까-한국도 위험
Photo by Diana Polekhina / Unsplash

미국 식품안전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연방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식품·약품관리국(FDA)과 농무부(USDA)의 핵심 검사·감시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구조조정은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DOGE를 이끌고 있다. 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 등 주요 보건기관들이 대규모 감원 대상이 되면서, 미국 내 식품안전 시스템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21세기의 미국이 다시 19세기의 ‘배탈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영향은 미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산 식품을 수입하는 한국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DA 3,500명 해고… ‘안전망’이 무너졌다

2025년 4월, 정부 효율화 기조 아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주도로 식품의약국(FDA) 직원 3,500명이 대규모 해고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조치를 "식품 안전 혁명"이라고 칭송했지만, 현장에서는 검사 인력 및 실험실 기능 약화로 인해 "식품 안전망이 붕괴되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함께 폐지된 USDA 산하 자문위원회 2곳은 식중독 병원균 대응 및 육류 검사 프로토콜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관이었다.

이와 함께 일부 육가공업체의 생산 라인 속도 제한이 완화되어, 실질적인 품질 검사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

규제 후퇴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크고 작은 식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주요 식품안전 사고】

주요 식품 안전 사고
주요 식품 안전 사고
연도 사고 내용 피해 규모
2009 땅콩버터 업체 살모넬라 은폐 9명 사망, 수백명 감염
2023 Boar’s Head 공장 리스테리아 감염 10명 사망, 19개 주 확산
2025 액상 계란 세정제 오염 200,000파운드 리콜

FDA는 최근 사탕 내 이물질(돌), 주스 내 보툴리눔 독소, 드레싱의 미표기 알레르기 성분 등도 적발하며, 검사 축소에 따른 누락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100년 전 ‘포이즌 스쿼드’가 경고한 미래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식품안전의 역사를 돌아볼 때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1900년대 초, 정부 화학자 하비 와일리 박사는 포름알데히드 우유, 납 치즈, 비소 사탕 등으로 유해 식품을 고발하며, ‘Poison Squad’ 실험을 주도했다. 그의 활동은 1906년 식품·약품법 및 육류검사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현대 FDA 시스템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1938년 ‘식품·약품·화장품법’과 2011년 ‘식품안전현대화법’까지 이어진 미국의 식품안전 체계는 세계적 모범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는 그 체계가 정치적 판단과 민영화 성향의 행정 개입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식품 수입국 중 하나다. 육류, 유가공품, 과자류 등 다양한 제품이 수입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FDA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라는 이유로 신뢰를 얻어 왔다.

하지만 FDA와 USDA의 검사 기능이 약화되면서, 기존에 통과되던 안전 기준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 식품의 원산지뿐 아니라, 그 국가의 식품안전 시스템 유지 여부까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 경고 “21세기에도 불량식품은 반복될 수 있다”

MIT 과학저널리즘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보라 블럼은 “FDA 예산 감축으로 인해 연구원들이 샘플 구매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중요한 건 ‘검사를 해서 오염이 없다’가 아니라, ‘검사를 하지 못해서 오염을 못 찾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저서 『포이즌 스쿼드』에서, 19세기 미국 식탁에 퍼졌던 독성 물질과 그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상세히 기록한 바 있다.

"한때 식품 안전의 표준이었던 미국이 정치적 논리와 행정 축소로 인해 위태로워지고 있다. 120년 전, '사탕에 비소가 들어갔다'는 뉴스가 미국을 경악하게 했는데, 21세기 미국에서 '계란에 세정제가 들어갔다'는 뉴스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지만, 배운 사람은 반복하지 않는다.

[뉴스블로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