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치매 위험 20% 낮춘다’…새로운 예방의 문 열리나
웨일스에서 진행된 대규모 관찰연구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받은 고령층은 이후 7년간 치매 위험이 평균 20%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줄이고 면역 반응을 강화함으로써 인지기능을 보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후속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층 보도: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위험 감소, 연구로 확인]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역학연구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받은 고령층이 미접종자에 비해 이후 7년간 치매 진단 위험이 20%가량 낮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대상포진 백신이 단순히 대상포진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뿐 아니라, 노년층의 인지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2013년부터 시행된 대상포진 백신 국가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따라 출생 연도가 기준점이 되었는데, 그 경계선(1933년 9월 2일) 바로 전후에 태어난 이들을 비교한 결과, 백신을 맞을 수 있었던 연령대는 접종률이 크게 높았고, 그에 비례해 치매 발생률도 낮게 측정되었다는 것이다 .
이 연구에서 사용된 백신은 기존의 ‘약독화 생백신’(Zostavax)으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더 높은 예방 효과와 지속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사백신’(Shingrix)이 새롭게 도입된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다른 연구에서는 이 최신 백신(Shingrix)을 접종받을 경우 치매 예방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면역력이 약해질수록 증가하는 대상포진 위험 자체가 장기적인 신경 염증과 연관되어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백신으로 이 같은 반응을 줄이면 결국 인지 기능 보호로 이어진다는 설명이 제기된다 .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시기에 해당 연구를 인용하며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특정 바이러스 감염(대상포진, 헤르페스 등)이 뇌 기능 저하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여러 선행 연구와도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축적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염증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백신 접종의 ‘파급(Off-target) 면역 효과’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예컨대 생백신은 인체 면역 반응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해, 특정 병원체뿐 아니라 다른 질환 위험도 낮출 가능성이 논의된다. 이미 독감 백신이나 폐렴구균 백신이 고령층의 사망률 및 치매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대상포진 백신 연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백신이 갖는 광범위한 면역 반응의 이점을 확인한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물론 이번 연구가 웨일스라는 특정 지역 인구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되었고, ‘자연 실험’ 방식이라 통제된 임상시험만큼 절대적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간 28만 명이 넘는 고령층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 특히 지역 보건당국의 백신 접종 시행 정책이 연령 컷오프로 진행된 탓에 의도치 않은 ‘준(準) 무작위’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 점에서 결과의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
국내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에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치매 발병률 변화를 직접 조사한 연구는 부족하나, 국제적으로 신뢰도 높은 연구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됐다”며 “접종 여부는 개인 의학적 상태와 함께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진행을 늦추기 어렵고 사회·가족적 부담이 크게 뒤따르는 대표적 질환이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복합적이고 확실한 예방법이 부족해, 인지기능 유지와 관련된 이슈라면 작게나마 희망적인 소식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상포진 자체가 극심한 통증과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중장년층 건강관리의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최근 연구 흐름은 예방의학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뉴스블로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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