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던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 데이터 오류로 논문 철회…과학계 “자기정화 작용” 평가

CRISPR 기반 식물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가 핵심 데이터 오류로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멘델 법칙을 무너뜨린 99% 유전 계승이 결손 돌연변이로 뒤집히며, 과학계는 투명성과 책임 윤리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혁신’이라던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 데이터 오류로 논문 철회…과학계 “자기정화 작용” 평가
Photo by Sangharsh Lohakare / Unsplash

식물에서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기술을 구현해 “멘델의 법칙을 깼다”는 획기적 결과로 주목받았던 연구가 핵심 실험 데이터의 오류를 인정하며 논문을 철회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사건이 첨단 기술의 위험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과학의 투명성과 신뢰를 지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던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 논문이 저자 스스로의 결정으로 철회됐다. 해당 논문은 실험용 식물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에 CRISPR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드라이브를 적용해, 특정 유전자가 자손에게 거의 100% 확률로 전달된다고 보고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을 극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획기적 발견으로 당시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후속 실험에서 핵심 데이터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다. 초기 실험 결과가 완벽한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큰 규모의 유전체 결손이 발생해 이를 ‘동형접합(둘 다 변이 보유)’으로 잘못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논문의 주요 결론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자 저자들은 해당 논문을 자발적으로 철회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란 생물의 유전체에 특수 장치를 삽입해 원하는 유전자가 자손에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확률로 전달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모기·쥐 등 해충을 제거하거나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를 통제할 수 있는 잠재적 ‘게임 체인저’로 기대받아 왔다. 하지만 기술적인 예측 불가능성과 생태계 교란 가능성 등 윤리적·사회적 위험을 수반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논문 철회와 관련해 MIT의 케빈 에스벨트(Kevin Esvelt) 등 유전자 드라이브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는 과학의 자기검증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연구 초기 단계부터 더욱 투명하고 엄격한 검증이 필요함을 상기시켜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데이터 투명성공동체 검증이 없다면, 잠재적 위험이 큰 첨단 기술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지 못하고 방치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실험 실패가 결코 기술 전반의 무용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을 통해 안전 장치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전 세계 여러 연구기관은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시 엄격한 생물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오픈 사이언스를 통한 데이터 공유를 진행 중이다.

한편, 논문 철회로 인해 해당 연구의 혁신성은 일단 물거품이 됐지만, 과학계 내부에선 이러한 자기정화 과정을 “정직한 과학의 작동 원리”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결함을 숨기기보다 과감히 시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과학계 신뢰를 지킨다”며, 유전자 드라이브처럼 강력한 기술일수록 더욱 투명한 절차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갖는 막대한 잠재력과 함께, 그에 수반되는 과학적 불확실성과 윤리적 책임을 다시금 주목하게 했다. 연구 오류가 드러난 것은 단기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이지만, 동시에 과학이 스스로를 교정하는 건강한 작동 방식임을 보여준다. 유전자 드라이브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공공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철저한 검증과 투명성이 필수라는 교훈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뉴스블로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