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그늘에 감춰진 진실: 장제원 사망과 성폭력 의혹이 드러낸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

장제원 전 의원의 사망과 성폭력 의혹을 둘러싼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권력형 범죄와 그 은폐 구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심층 분석한다.

권력의 그늘에 감춰진 진실: 장제원 사망과 성폭력 의혹이 드러낸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

2025년 3월 31일 밤,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이자 정치권 실세였던 장제원 전 의원이 서울 강동구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곁에는 유서가 있었고, 경찰은 타살 흔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바로 다음 날은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한 피해자가 예정한 기자회견일이었다. 그 시점은 우연이라 보기엔 너무도 절묘했다.

장 전 의원은 2015년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 중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피해자는 약 9년간 침묵을 감내한 끝에 2025년 1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동영상, 병원 진료 기록, 상담 내역 등 구체적 증거도 확보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도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었고, 언론은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 예고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사건의 법적 진실 규명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이름으로 미완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피해자는 공론화를 결심하며 9년간의 침묵을 깼지만,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사망함으로써 사법 절차는 멈췄고, 사회는 다시금 피해자만 남겨두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사망으로 축소될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권, 특히 고위 권력자들이 그들의 위치를 어떻게 방패로 삼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장 전 의원은 의혹이 보도된 후 “불미스러운 문제로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탈당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탈당은 책임 회피의 방패였고, SNS에서는 고소 내용을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대응했다. 이는 수많은 권력자들이 혐의가 제기될 때마다 반복하던 '무죄 주장→정치적 희생자 프레임→시간 끌기'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이와 같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 성폭력 혐의에 휘말렸고,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일부는 혐의가 제기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피해자들의 진술과 증거가 사실임이 입증되곤 했다.

권력은 단지 정무적 영향력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신분, 관계망, 자금력, 법조계와의 연결고리 등은 피해자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피해자들이 오랜 침묵 끝에 고소를 결심하는 데에는 단지 ‘용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걸어야 하는 선택이고, 이 사회는 그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로 가득 차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장 전 의원의 죽음을 통한 진실 은폐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퍼지고 있다. 일부는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지만, 다수는 “피해자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장제원성폭력, #피해자와_연대 해시태그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과연 권력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건을 덮을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의 ‘살아 있는 증언’에 귀 기울이며 구조적 개혁을 시작할 것인가.

더 이상은 권력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진실을 외면하는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마주하고, 피해자 보호를 제도화하며, 권력형 범죄에 대해 단호한 사회적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 우리가 이 사건을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이다.

[뉴스블로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