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신호에도… 개인·기업 '달러 사자' 행렬, 불안감·저점 매수 심리 교차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불구, 원화는 상대적 약세 지속. 불안감과 저점 매수 심리가 교차하며 국내 달러 매입이 급증하는 이례적 현상 분석. 높은 환율 변동성 속 향후 전망은?

달러 '약세' 신호에도… 개인·기업 '달러 사자' 행렬, 불안감·저점 매수 심리 교차
Photo by Viacheslav Bublyk / Unsplash

글로벌 달러 가치 하락 불구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

환율 고점 대비 소폭 하락하자 "쌀 때 사자" 심리 작용 분석

무역 불확실성·성장 우려 겹쳐 향후 원화 약세 대비 헤지 수요도 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달러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고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업들이 앞다퉈 달러 매입에 나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향후 환율 불안정에 대비하려는 심리와 현 수준을 '저점'으로 인식하는 매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 달러는 약세인데 원화는 '요지부동'… 왜?

2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2025년 들어 9% 이상 급락하며 1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일부 경제 지표 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한때 147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최근 1410원~144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의 하락폭에 비하면 원화 가치 회복은 매우 더딘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상대적 성장 둔화 우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무역 관련 불확실성에 우리 경제가 유독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원화가 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는 '원화 저평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환율 소폭 내리자 "지금이 기회"… 달러 예금 '급증'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거주자들의 달러 매수세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최근 불과 5거래일 만에 40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 이상 급증하며 607억 달러를 넘어섰다.

통상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면 달러 예금이 줄어드는 경향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몇 가지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불안감'에 기반한 헤지(위험회피) 수요다. 앞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나 국내 경기 둔화 등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상대적으로 환율이 고점보다 소폭 내려온 현시점에서 미리 달러를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다. 기업들 역시 결제 대금 마련 등의 이유로 달러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저점 매수' 심리다. 환율이 1470원대 고점을 찍고 다소 내려오자, 일부 투자자들이 현 수준을 '상대적으로 달러를 싸게 살 기회'로 인식하고 매수에 나섰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르거나, 최소한 급격한 원화 강세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 전망 불투명… 변동성 대비해야

향후 원/달러 환율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수 기관은 미국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예상하면서도, 1300원대 중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의 정책 결정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향방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결국 현재의 '달러 사자' 현상은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표면적인 신호 너머에 있는, 한국 경제와 원화 가치를 둘러싼 깊은 불안감과 복잡한 시장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대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뉴스블로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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