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사회에서 평등은 여성 기업 우대 정책과 능력주의의 모순으로 인해 역차별 논란과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형식적 평등의 한계를 넘어 기회와 결과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성 실현의 과제로 떠올랐다.
[서론] 평등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이상은 현대 사회의 중심 가치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가치는 여성 기업 우대 정책과 같은 사례에서 현실과 충돌하며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다. 평등은 과연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평등에 내재한 모순을 밝히고 진정한 공정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여성 기업 우대 정책의 양면성과 평등의 현실
한국 정부는 여성 기업의 경제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조달 시장에서 '5% 물품 구매 의무'와 '최대 1억 원 수의계약 금액 상향'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오랜 기간 누적된 성차별과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허점은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울산 중구청에서 만료된 여성 기업 인증서로 계약을 체결한 사건은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는 정책이 형식적 기준만을 충족할 뿐, 실제로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지 못하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평등이라는 가치가 현실에서 실현될 때 나타나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단지 법적, 형식적 평등만으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따라서 여성 기업 우대 정책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형식적 조건 충족을 넘어 철저한 관리 감독과 엄격한 심사 체계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능력주의가 간과하는 출발선의 불평등
여성 기업 우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더불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능력주의의 한계다. 능력주의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개인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OECD(2023)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이 평균 31.2% 낮고, 육아와 가사 노동의 책임으로 인해 경력 단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차이는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미 출발점부터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신체적 능력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평가할 경우,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해 보상에서 차별을 받게 될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주의는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평등을 논할 때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 개인의 배경과 환경이라는 본질적인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과 보이지 않는 벽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통계청(2023)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56.7%로 남성(74.1%)에 비해 현저히 낮고, 관리직 비율도 21.5%에 그친다. 결혼 및 출산 가능성을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빈번하다. 2024년 조사 결과 여성 10명 중 6명이 "직장 내 유리천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법적 조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편견과 구조적 차별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진정한 평등을 위한 조건: 기회·과정·결과의 조화
진정한 평등은 단순한 동일 대우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공정한 기회 제공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성 기업 우대 정책은 과도기적이며 필수적이지만,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심사와 정기적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약자의 출발점을 보완하는 교육·멘토링 프로그램 확대와 노동의 가치 평가 개선도 필수적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는 사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평등에 대한 깊은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로 본 정책의 양면성
미국의 경우, 연방중소기업청(SBA)이 운영하는 '8(a) 사업개발 프로그램(8(a) Business Development Program)'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소수 인종, 여성 등 소외계층의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연방 정부 계약 수주 시 우선권과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역시 정책 취지와 다르게 편법적으로 활용되거나 실제로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기업이 혜택을 누리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2023년 SBA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실제 운영 주체와 다르게 여성이나 소수자의 명의를 빌려 정부 계약을 수주하는 등 정책 악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여성 기업 우대 정책과 마찬가지로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감소시키고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 OECD 한국 성별 임금 격차 보고서(2023)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23)
- 울산 중구청 감사 보고서(2022)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직장 내 성차별 실태 조사(2024)
- 미국 연방중소기업청(SBA) 감사 보고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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